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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자랑

 지금 내가 입원해 있는 병원은 침대가 세개 놓여있는 병원으로, 지금까지 들러본 프랑크푸르트의 병원 중에 가장 최악의 병원이다. 날씨도 꿉꿉하고 다들 씻지도 않아서 냄새가 최악일 듯 하지만 다행히 최근에 감기에 걸리고난 이후에 냄새를 맡을 수 없어서 꽤나 지낼만하다. 음식 역시 그동안 와이프 대신에 먹었던 병원밥 중에 최악을 달리지만 그또한 건강한 음식을 먹는거야 하고 셀프최면을 걸어보니 또 나름대로 건강식으로 탈바꿈을 하게된다. 언제나 정신승리는 위대한 것이다. 다른 두명의 환자는 각각 아프가니스탄, 코소보 출신의 할아버지들인데 독일에 참 오래들 사셨다. 코소보 할아버지는 내 아버지와 같은 연배로, 병원에 오래 있는걸 극도로 싫어하고 병원밥을 끔찍히 싫어하신다. 우리가 하루 여기에 숙박하면 병원이 인당 600유로를 받는다는데 정말인가? 아프가니스탄 할아버지는 육십대분인데 증상이 나와 비슷하고 이전에 이미 같은 병세로 입원을 한 전적이 있는 분이다. 조용조용한 성격이라 많은 대화를 나누진 않았다. 두사람의 공통점은 우선 무슬림이고, 둘째는 자식자랑이 엄청나시다는 것이다. 새로운 간호사가 오면 처음에 간단히 인사를 한 다음에 자신의 인적사항을 구구절절하게 이야기해 주신다. 자식은 몇이고, 자식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고 등등. 그런데 그게 단어 하나 안틀리고 거의 동일하게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나도 다음엔 어떤 이야기가 나오겠거니 하고 짐작이 간다.  다행히 간호사들은 친절하게 좋은 쪽으로 반응들을 해줬고, 할아버지들도 뭔가 내 인생은 틀리지 않았어 하는 흡족한 얼굴로 간호사들과의 대화 후에 침대에 얼굴을 묻으신다. 본인들의 삶의 이야길 들으면 그게 더 대단한거 같은데 자기가 이룬 것보다 자기 자식들이 이룬 것들이 더 찬란하게 빛나나 보다. 자식자랑은 한국이나 다른 나라나 다 똑같거니 싶다. 누군가에게 내 자식들이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 거리는 것은 본능인가 싶다. 과거에는 내 부모님이 남 앞에서 내 자랑을 하시는게 너무 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