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10월 20, 2018의 게시물 표시

생일 축하해요

해가 가면 갈수록 생일이라는 것에 점점 감각이 무뎌진다. 예전에는 어떻게 어떤 생일을 맞이해야 할까 걱정이 오갔다고 하면 이제는 뭔가 귀찮은 연례의식을 매번 치루는 듯 싶다. 조용히 넘어가기에는 약간 아쉽고, 요란하게 뭔가를 준비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그런 늦은 나이의 생일을 올해도 맞이한다.  프랑크푸르트에 와서 친해진 친구들 중 많은 3명이 비슷한 시기에 태어났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둘과 함께 셋을 위한 생일을 준비하기로 하였다. 친구중의 한명이 곧 다른 도시로 이사를 해야 하여 그 친구의 집에서 마지막 환송회 겸, 생일 축하를 같이 하였다. 생일을 맞은 우리 세명은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 그래서 생일 케잌을 만들어준 친구들이 세가지의 다른 문자로 생일 케잌을 준비해 주었다. 케잌에 놓인 한국어, 일본어, 그리고 중국어가 먹을 수 있는 펜으로 적혀져 있었다. 생일 축하, 하하하 한중일이 녹아든 생일케잌 저녁은 준비하기 용이한 핫팟으로 하기로 하였다. 다들 필요한 음식들을 준비해 왔고, 또 각자 작은 사이드 디시들을 준비해 왔다. 일단 먹을거를 테이블에 놓았다. 대만 친구가 만든 시큼한 맛의 탕에는 여러 맛나는 재료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동양식으로 재해석한 이 빵은 안에 붉은 팟이 앙금으로 들어 있었다. 푸아그라를 준비해온 친구도 있었구, 사람이 많아서 부르스타를 두개 준비해서 먹었다. 언제부턴가 점점 체중관리에 소홀하게 되었다. 매번 먹어야 하는 음식들은 엄청 많고, 다이어트 한다고 이 음식들을 삼가하는 것은 인생의 큰 영역을 차지하는 내 가장 큰 즐거움을 뺏는 것이라서 나 자신과의 어느정도 타협이 필요하였다. 그 타협점을 오늘은 기분이 좋아 무시하게 되었고, 집에서 몸무게를 재니 평소보다 3키로나 더 나가게 되었다. 물론 알콜을 좀 마시기는 하였으나 하루사이에 3키로 갑자기 느는건 쉽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올해도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쌓여서 즐거운 생일을

Venos의 참치와 게

보켄하임에 위치한 Venos는 프랑크푸르트에서 그나마 가장 신선한 해산물을 파는 곳인데 열고 닫는 시간이 그렇게 편한 편은 아니라서 자주 들리지는 못하였다. 스페인에 다녀온지 얼마 되지는 않았으나 다시 굴을 먹고 싶어서 들렀다. 애석하게도 신선한 굴은 판매하지 않았으나 대신에 신선한 참치회를 판매하고 있었다. 회로 먹을 수 있는지 없는지 확신이 서지는 않았으나 가게 일하는 분이 그냥 먹어도 된다고 하여 큰 두덩이를 집어왔고, 사는 김에 게도 한마리 같이 구매를 하게 되었다.   살아있는 게를 요리한 적은 없어서 많이 애를 먹었다. 아가미에 칼을 꽂아 놓으면 된다고 하는데 아가미에 칼을 넣으려고 하니 아가미가 괴물처럼 크게 열려져서 엄두를 내지 못하였다. 전전긍긍하다가 가장 쉬운 뜨거운 물에 입수를 시켰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요리법은 굉장히 잔인한 요리법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채수구를 가득 채운 엄청 큰 게다. 그리고 살아 있었다. 살아 움직이는 게 참치 두덩이는 내 얼굴보다 큰 도마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엄청 컸다. 꽃게는 결국 뜨거운 물에 잠겨지게 되었고, 다시 아름다운 꽃게탕으로 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