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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까지 가는 길 210km

올해도 추석은 다가오고, 언제부턴가 추석이 낀 주에는 여행을 다녔던 것 같다. 이번 추석에는 어딜 여행갈까 하다가 갑자기 산티아고 순례길이 떠올랐다. 마라톤을 준비하면서 육체적으로는 매우 자신이 있다고 개인적으로 판단을 하였고, 너무 촉박한 일정으로 이동을 하는 것이 싫어서 좀 여유롭게 시간을 갖고 약 200km 정도를 걷기로 하였다.

작년에 안나푸르나 하이킹을 하면서 배운 것은, 짐을 정말 필요한 것만 챙겨가야 한다는 것. 그래서 이번에도 최소한의 짐을 짜기로 하였고, 그래서 다행히 짐의 무게가 7키로를 넘지 않았다. 순례길에 대한 정보는 가면서 찾으면 되겠지 하면서 비행 전날까지 아무런 정보를 찾지 않고 있었었다.
순례길에 항상 보이는 돌로 된 이정표

출발일이 되어 부푼 마음으로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갔고, 마드리드에 도착한 이후에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였고, 그 이후에 밤버스를 타고 폰페라다라는 곳으로 향했다.

산티아고 순례길 1일

폰페라다에 도착한 시간이 아침 6시 경이었다. 순례길을 다닐 때 꼭 필요하다는 순례자 여권을 폰페라다에 있는 알베르게에서 구매하였고, 간단히 아침을 해결한 이후에 첫 순례길 여정을 시작하였다.

첫 순례길에서 본 황금색 이정표. 항상 이 조개 모양의 이정표를 따라 다녔다.

새벽길의 폰페라다. 성인지 뭔지 피곤해서 제대로 보지는 못하였다.

전날 버스안에서 약간 잠을 자긴 하였으나, 그 불편함에서 오는 여독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길을 걸으니 많이 피곤하긴 하였다. 길을 걷다 처음 대화를 나눈 사람은 스페인 여성으로, 이번 여정이 세번째라고 한다. 나는 스페인어가 서툴렀고, 그녀는 영어가 서툴러 우린 서로 독일어로 대화를 하였다. 여기서부터였을까?? 나는 여행 내내 대부분 독일과 관련된 사람들을 만났고, 대부분을 독일어로 대화하였다.

길을 가는 도중에 한 컷.

내가 여행을 시작한 지역은 스페인의 갈리시아 지역으로, 이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은 아래 사진의 문어 숙회이다. 여행 도중에 꽤나 많이 이 문어 숙회 뿔뽀를 먹었었다.

내사랑 뿔뽀!!!

첫날은 무리를 하지 않고 걷기로 하였는데 어떻게 걷다보니 이십몇키로를 걸었다. 가다가 도중에 와인밭도 나오고 해서 저녁엔 와인을 많이 들이켰다. 이번 여행에서 1일 반병의 와인을 마시기로 하였는데 그게 체력의 한계와 맞물려 잘 될지는 모르겄다.



드디어 마을에 도착

산티아고 순례길 2일

그래도 어제 잘 자서 그런지 기운이 났다.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풍경을 바라보며 오늘의 걷기를 시작하였다. 나름 기대를 하긴 하였는데 걷는 길의 풍경이 엄청 대단하지는 않다. 알프스가 훨씬 예쁜 편이라서 여행지를 잘못 선정하였나 하였기만, 그래도 길에서 가끔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그리고 되도 않는 스페인어를 조금은 써먹을 수 있어서 나름 신선하였다.


오늘 만난 인연은 볼리비아에서 온 사람으로, 현재 마드리드에서 일하고 있단다. 다행히 그녀가 숙소에 예약을 해주어서 더는 엄청 걸을 필요없이 오늘의 걷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의 또 하나의 즐거움은 역시 식사이다. 스페인의 오늘의 메뉴는 저렴하고 푸짐해서, 살을 좀 빼기로 작정한 나의 의지에 반하는 많은 장벽을 만들긴 하였다.

버섯 계란 볶음?

참치 토마토 요리와 볶음밥

산티아고 순례길 3일

새벽에 출발을 하게 되면 일출을 볼 수 있다는 좋은 점이 있다. 해가 떠오르면서 변경되는 변화무쌍한 하늘색을 바라보는 것이 이 순례길에서 얻은 큰 눈요기의 하나였다. 새벽에 일어나서 간단히 씻고 밖에 나와서 찬 공기를 정면으로 맞는다. 걷다보면 추운 몸도 어슴프레 데워지고, 조금만 기다리면 밝은 해가 하늘을 천천히 그리고 밝게 뒤덮는다. 오늘도 역시 걷고 또 걸었는데 어제보다는 더 몸이 가볍다.





오늘은 날씨가 좋은가보다 하였는데 곧 하늘이 안개로 휩싸인다. 한치 앞도 보기 어려운데 이 풍경이 또한 운치있다. 여러 각기 다른 날씨를 온 몸으로 경험하니 이 또한 새롭다. 가방에 싸온 물건들은 최소 한 두번은 다 사용해본 것 같다. 날씨가 흐리고 비가 와서 다행히 가져온 우비와 배낭 방수포를 사용할 수 있었다. 사용하지 않았으면 약간 후회할 각이었는데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나의 머리는 좀 이상한거 같다.




오후가 되니 다시 날이 밝았다. 태양을 정면으로 받아내고 있는데 살은 그다지 타지 않더라. 이게 선크림의 힘인가 싶다. 앞으론 절대 유통기한이 지난 선크림 따위를 쓰는 만행은 저지르지 말아야겠다.



오늘 하루 꽤나 많이 걸었다. 27키로인가 걸은 것 같은데 마침 도착한 숙소가 되게 아름다워서 기분이 좋아졌다. 숙소에 트인 큰 창으로 트렉터를 몰고 있는 아저씨가 보인다. 파란색 트렉터에 맞춰서 빨간 옷을 입으셨나 보다.

파란색 트렉터와 빨간옷 아저씨

드디어 고대하던 저녁 식사 시간이다. 한국사람들이 좋은 리뷰를 많이 남긴 식당에 갔다. 여기서 사람들이 시키라던 음식을 시켰고,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전식으로 나온 빠에야, 전식이다.

메인으로 나온 소혀요리, 부드러워 엄청 맛났다.

산티아고 순례길 4일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녁에 밖으로 향하였고, 하늘을 보니 엄청 큰 달이 떠올라 있었다. 오늘이 추석이었나 어제였나? 전혀 추석과는 상관없는 곳에서 명절을 보내니 무감각 해지기만 한다.

보름달이 떠올랐다.

안개가 덮친 마을. 높은 나무 두개가 마치 토끼 귀같다.

위만 살짝 안개가 끼니 몽환적이다.

가다가 보니 저 멀리 수도원이 보인다.


오늘도 어제처럼 걷고 또 걸었고, 그래서 사리아라는 도시에 도착하였다. 사리아는 산티아고를 거진 100키로 남긴 지역으로, 많은 스페인 사람들이 여기서부터 여정을 시작한다고 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지금까지 여유롭고 조용하게 걷던 길들이 이젠 마지막인가 싶기도 하다.

드디어 사리아에 도착

스페인 사람들도 아스파라거스 먹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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