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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까지 가는 길 100km

산티아고 순례길 5일

사리아는 꽤나 큰 도시라서 여기저기 볼 곳이 많은 듯 싶다. 엇그제 샤워를 하고 반바지를 샤워장에 놓고 나와서 반바지만 사러 시내를 돌아다녔는데, 구시가지는 보지 못하였다. 아침에 구시가지를 보니깐, 스페인스러운 이 동네가 좋아진다. 

달 뜬 구 시가지

달이 뜨면 해도 뜨지



걷다가 보니 드디어 100키로 남았다는 표지판을 만날 수가 있었다. 누가 이 등산화를 여기 위에 올려놓았을까? 꽃으로 장식을 해놓았던데 냄새나는 옷에 향수를 뿌리면 더 역하듯이, 이 광경도 조금은 비위를 건드리는 것 같다.

꽃과 등산화, 흐음.

오늘의 목적지인 포르토마린에 가는 길에 큰 다리가 놓여 있었다. 이 다리 밑을 보니 물이 거의 말라 있던데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어쩐지는 모르겠으나 강바닥이 거의 다 드러나와 보였다.




산티아고 순례길 6일

이상한 날이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약간 처지는 느낌도 들고, 그리고 걷고자하는 의지가 약간 부족한 것도 있었다. 그런데 날씨와 풍경 역시 그런 마음을 제대로 반영하는지 음산하고 축축하다. 

길을 걷다 문뜩 앞을 보니 아래 사진과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음산하고 무언가 무거운 것이 꾹꾹 누르는 듯한, 그런 하루가 되었다.

침울하고,

그리고 음산하다.

어제완 전혀 다른 산티아고이다.

그렇게 약간 처진 기분이 들다가도, 오후에는 화창한 날씨가 펼쳐지곤 한다. 그래서 추욱 쳐졌던 기분들은 다행히도 이내 잘 추스려진다.

길을 걷다 엄청난 수의 소들을 만났다. 소들의 얼굴에 계속 맴돌고 있는 파리들이 너무 얄밉다. 보고 있는 나도 기분이 언짢은데 당하는 소들은 얼마나 더 짜증이 나리... 뭐 그렇다고 내가 소고기를 안먹는 건 아니었다.



길을 걷다 어제 숙소에서 만난 중국 친구들을 다시 만났다. 둘 다 독일에서 공부하는 친구들로, 순례자길에서 독일어로 아시아인들끼리 대화를 하는게 참 우수워보이긴 한다. 참 다양한 의미로 특이한 여행이다.


산티아고 순례길 7일

이제 슬슬 여행의 막바지가 보인다. 가다가 어제 만난 중국 동생들을 다시 만났다. 아마 이제부턴 그들과 계속 같이 여행을 할 것 같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내가 예전에 독일에서 보내던 대학생활이 생각났다. 나도 얘네들 나이때엔 이랬었는데... 만간이 오고가던 순간이었다.


마을 이름이 카사노바이다.



중국 동생들과 점심을 같이 먹기로 하였다. 우리가 잠시 머무른 마을에서 가장 유명한 뿔뽀집을 갔는데 역시나 구글은 믿을만 하다. 지금까지 먹어본 뿔뽀중에 여기께 가장 맛난다. 하지만 같이 시킨 감바스는 쏘쏘 했다. 아마도 냉동을 녹여서 사용하는 듯 싶다. 

벌써 몇번째로 먹는지 모르겠다.

푸짐하나 작은 감바스 마늘 요리

가다가 보니 40키로의 표지가 보인다. 이런건 사진으로 남겨놓아야 한다. 가다가 엄청나게 많은 수의 한국분들을 만났다. 고도원의 아침편지라는 곳에서 오신 분들이라는데 나는 그게 라디오인 줄 알았다. 여기 산티아고이 와서 처음으로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었다. 즐겁다.


저녁은 간단히 먹었다. 생각해보니 아직까지 튀긴 피망을 아직 안먹어서 이거도 챙겨 먹었다. 중국 동생들이 신세상이라고 엄청 잘 먹는데 내가 다 뿌듯해진다. 음식도 역시 공부를 해야하나 싶다.



산티아고 순례길 8일

다시 일정이 시작되었다. 엇그제와 어제는 동행이 있었으나 오늘은 다시 혼자다. 이번 여행때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려고 하였는데 생각이 별로 들지가 않는다. 생각없이 살던 사람이 갑자기 생각을 하려고 하니 이것도 그리 쉽지는 않다. 그래서 다시 생각없이 뚜벅뚜벅 걷는다.

일출은 어디든 아름답다.




길을 걷다가 보니 한국인인 것 같은 분이 보인다.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위험을 무릎쓰고 아는체를 하였다. 다행히 그다지 한국인을 피하지는 않는 분이라서 이런저런 많은 대화를 한국어로 나누었다. 역시 대화는 모국어로 해야 제맛이다. 저녁을 같이 먹기로 하였는데 너무 배고파서 저녁 4시부터 식당에 갔다. 저녁 7시부터 저녁을 고를 수 있다고 하여 한 세시간동안 천천히 이야길 하며.맥주를 마셧다. 드디어 7시가 되었고, 음식을 드디어 맛볼 수 있었다. 스테이크를 시켰는데 나름 맛이 좋았다. 그동안 살 좀 빼보겠다고 야채를 많이 먹었는데 정말 다 의미없다.




산티아고 순례길 9일 마지막

순례길 마지막 날이다. 빠르게 가면 오전 열한시경에는 도착할 것 같았다. 그래도 마지막 여운을 즐기기 위해서 천천히 발길을 옮겼다.





드디어 산티아고 시내에 진입했다. 가다가 보니 멀리에서 산티아고 성당이 보인다.


가까이서 봐보니 성당이 엄청나게 컸다. 도착하면 뭔가 여기가 목적지입니다~ 하는 큰 종료점이 기다려줄 줄 알았는데 그런건 없고 그냥 산티아고 순례길 오피스에서 순례증서를 바꾸면 된다고 한다. 나름 스펙타클한 무언가를 기대하였으나 갑자기 김이 파악하고 빠져버리는 느낌이다.


그래도 나름 목표를 성취한 보상으로 점심을 중국은식점에서 해결 하였다. 며칠동안 매운음식을 노래부르곤 하였는데 드디어 소원 해결이다!!!

닭이 들어간 요리라서 시켰는데 맛난다. 그리 맵지는 않다.

황금 볶음밥!!!

새우커리 요리는 중국보다는 인도 맛이다.



8박9일의 길다면 길다고도 할 수 있는 여정이 끝났다. 처음에는 거진 12일 정도 예상을 하였는데 예상보다 너무 일찍 일정이 마쳐져서 갑자기 붕 뜬 기분이 들었다. 천천히 늦게 가는 것과 그리고 빨리 일찍가서 쉬는 것중에 어느 것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아무래도 후자를 선택할 듯 싶다. 나름 나를 괴롭히던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는 중압감과 어깨를 살포시 짓누르는 백팩의 무게에서 벗어나니 너무 상쾌하다. 바지의 폭을 보니 여분이 좀 남는다. 나름 그동안 계속 몸을 움직여서 살이 좀 빠졌나 보다. 이젠 내 최애인 음식여행을 시작해도 되겠다. 

다시 시작하는 첫 끼는 고기로...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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