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고향에 가다

이번에 한국에 들린 이유는 돌아오는 아버지의 기일에 참석하기 위함이었다. 아버지의 기일은 음력으로 세기 때문에 매번 날짜가 바뀌고, 그래서 좀처럼 일자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 아버지를 모신 곳은 대전에서 약간 외각지역으로, 대전과 세종시의 경계에 위치한 듯 싶다. 이전에는 대전에 속해 있었고 지금은 세종시에 편입되었다고 얼핏 들은거 같은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한국에 살지 않는 나로써는 여기나 거기나 마찬가지이다. 

오랬만에 동창 친구들을 만났다. 일년만에 만나는 얼굴들인데 며칠전에 만난듯 편안하다. 다들 얼마나 먹고 다니는지 얼굴이 퉁퉁 불어서 꼭 시바견처럼 생겨졌다. 그렇다고 귀여운 것은 전혀 아니다. 한국에 오랬만에 온 친구가 먹고싶은 것을 먹으러 가야하는게 맞는거 아닌가 싶지만,  내 의견은 듣지도 않고 지들이 먹고 싶은 회를 먹으러 갔다. 정겨운 놈들...

바다라곤 코딱지도 볼 수 없는 대전에서 회를 먹는다... 신선함 같은 것은 찾지 않는게 좋을 듯 싶다만 그래도 나름 맛은 좋았었다. 언젠가 바다에서 사는 친구들에게 들은 적이 있다. 바다에서 육지로 이동하는 길에 생선들이 차멀미를 엄청 하기 때문에, 그래서 육지에서 먹는 회는 맛이 없다고. 그럼 나는 지금 아픈 생선을 먹는 것인가?? 마음이 혼란스럽다.

모듬회 한판, 이 회를 위해 생선 세마리가 희생되었을까? 아니면 누가 먹고 남긴 생선이 우리에게 왔을까?

역시 마무리는 매운탕이다.

회를 먹고 난 이후에 일식주점에 들렀다. 이모님이 오뎅탕을 추천해 주셨는데 농담이 아니라 정말 맛있었다. 같이 시킨 생선구이도 어찌니 맛있던지.. 이런 허름한 식당에서 엄청난 맛을 찾아냈다.

오뎅탕의 가스오부시 국물은 몇해동안 먹은 것 중 최고였다. 

이번 한국여행에선 바다음식을 엄청 많이 먹었다.

작은 아버지의 가족이 있는 세종시에 들렀다. 정부청사가 세종시로 옮기게된 이후부터 이 작은 도시는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고, 이젠 정말 살기 좋은 도시로 탈바꿈하였다. 진작에 여기 땅이나 집을 사놓았으면 좋으련만 그때엔 돈이 없었지.

아버지 제사는 저녁에 있었고, 그 전에 음식 장만을 해야해서 일찍 세종시로 내려왔다. 우리 가족은 예전부터 제사음식들을 집에서 장만하였다. 전을 준비하는게 약간 많이 시간이 걸려서 내 사촌들과 나는 항상 추석이고 설날 때 계속 전을 부쳤던 기억이 있다. 이것도 한 십년 이상 해왔으니 전에 대해선 마스터가 된 기분이다. 

전은 명태전, 동그랑땡, 산적, 버섯전, 호박전 그리고 김치전을 준비하였다. 보통은 자기가 만든 음식은 맛이 그저 그렇다고 하던데 나는 내가 손수 준비한 음식이 너무 맛난다. 자기애가 폭발하는 순간이다.

동그랑땡 부치기 전

동그랑땡 부치는 도중

전이 한 광주리 가득!!

표고버섯전, 고기속을 안넣어서 1프로 아쉬웠다.

우리 가족의 산적은 단무지를 항상 넣는데 그걸 처음 본 사람도 많다. 아삭한 맛이 정말 좋은데 말이다.

올해 제사는 이렇게 가족들이 모두 도와서 보냈지만 내년에는 혼자 지내려고 한다. 집에서 혼자 음식을 준비하는거 말고 천주교에 가서 헌금 좀 하고 기도하려 한다. 하늘은 어디든 연결되어 있으니 한국에서 하든 독일에서 하든 뭐 그리 상관있으려나 한다. 그래서 그런지 내년 4월은 좀 더 특별한 기억을 안겨줄 것 같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