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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병원의 식사기록 1

병원에서 퇴원한 이후로 계속 재활병원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버짓의 문제로 약 5일간 연기가 된다는 전화를 받았다.

어서 빨리 재활을 시작하고 싶은데 계속 집에서 대기를 해야만 하였다.


퇴원하고 2주일이 지난 시점에서 재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한번도 경험하지 않은 시설에 가는 것이라 조금 걱정을 하긴 하였지만

나름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었고, 그리고 사람들도 친절하여 안도가 된다.


재활병원에서의 생활은 닥 두단어로 요약되는 듯 싶다. 운동과 독일어 공부

총 6시간의 재활훈련 시스템에서 30%는 세미나 및 개별 상담을 하고

나머지 70%는 운동이 이 시간들을 채우고 있다.

심장을 다시 이전처럼 제대로 동작시키기 위해서 많은 운동을 겪어야만 했다.


운동이야 이전에도 계속 하던 것이라서 그리 어려움을 느끼진 않았으나

독일 병원들보다 더 열악한 재활병원에서 점심끼니를 때우다 보니 매번 한숨이 나온다.

우리같은 심장 환자는 식단을 잘 조절해야 해서 그렇다고 치더라도

다른 골반이나 무릎 부상 환자들도 덩달아 특이한? 식단을 먹어야 하는데 

다들 점심을 먹는게 고역인 듯 싶다.


내 기억으로는 지금까지 거쳐간 어느 병원보다 더 떨어지는 식사가 여기서 제공된다.

음식을 싸가면 되지 않느냐고 많은 분들이 이야기 하는데 

그러면 결국 내 음식은 버리게 되고

그게 또 걸리는 나는 어리석게도 매 끼니를 하나도 남김없이 먹어치웠다.


첫날 나온 이 야채스튜는 충격 그 자체였다.

당근, 완두콩, 콩줄기, 컬리플라워, 컬리플라워 몸통으로 만든 스튜인데

그냥 물에 삶고 아무런 조미료도 넣지 않았다.

예전에 한국이 전쟁으로 아주 어려웠을 때에도 이렇게는 안먹었을텐데 말이다.


이날 사람들이 음식에 충격을 먹고 분노하여 세미나 시간에 불만을 엄청 토로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건 독일사람이건 누구건 먹을 수 없는 음식이다.



둘째날 음식인 비건 파스타다. 그냥 케챱 섞은 듯 하다.



셋째날에 플렌트베이스 음식을 처음 먹어봤다. 
콩으로 만든 슈니첼인데 일단 위의 두 음식보다야 훨씬 났다.



넷째날 먹은 플렌트베이스 치킨 스틱과 삶은 야채다.
콩고기는 이제 안먹고 싶다.



다섯째날 먹은 보리밥에 팔라펠.
소스도 하나도 안줬다.
목말라 죽는 줄 알았다.


여섯째날 먹은 토마토 보리밥
토마토 소스에 보리밥이랑 남은 야채 섞은거다.
케찹에 밥 말아먹는 느낌이다.


일곱째날 먹은 볶은 토마토밥에 사우어소스
이건 그나마 먹을만 했다.


여덟째날 드디어 생선이 나왔다.
그동안 먹은게 있어 눈물 나올 뻔 했다.
많이 짰지만 그래도 맛이란게 있는게 어디냐?
내가 12시30분에 갔는데 내가 마지막으로 생선을 받은 사람이고
내 이후로는 다시 야채 메뉴다. 감사합니다.



아홉째날 먹은 닭가슴살 토마토 밥이다.
아 얘네들은 소스가 토마토 밖에 없나?
토마토 인제 너무 지겹다.



열째날 먹은 아시아스타일 국수.
아..진짜.....독일에서 15년간 먹은 음식중에 정말 제일 맛없었다.
이렇게 맛없게 요리하기도 힘든데 그 와중에 국수는 말라 비틀어졌다.
원만하면 그냥 묵묵히 먹을라고 했는데 이제는 정말 화가 난다.


열한번째날에 먹은 감자 고로케.
그래도 독일 감자는 맛있다.
차라리 이렇게 감자나 좀 주지 왜 맨날 삶은 옥수수랑 완두콩만 주구장창 주냐?


열두번째 날에 먹은 토마토 베이스 애호박찜에 쿠스쿠스
아 진짜, 토마토 소스 그만 주세요.


열세번째날은 쿠킹코스가 있어 여기서 만들어 먹어 
나름 나쁘지 않은 한끼였다.

총 25일의 재활훈련일정이라 앞으로 12일을 더 이런 음식을 먹어야 한다.
이것도 또하나의 견뎌야할 시련이라 생각하고 잘 이겨보려 한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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