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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브뤼켄도 살짝 발을 담그고 고대 로마의 도시 트리어(Trier)에 가다.

시간과 돈이 허락된다면 매월 한번씩 여행을 가고 싶다. 하지만 저축도 해야하고, 시간도 그리 많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 효율적인 것은 아마도 주말을 이용한 독일 내 여행인 것 같다. 내가 살고 있는 프랑크푸르트가 속한 해센주의 대부분의 도시들은 다 여행을 다녀왔다. 이제는 조금 먼 도시로 여행을 떠날 차례이다.

트리어라는 도시는 독일에 살면서 몇번인가 들어본 적이 있는 곳으로 언젠가 기회가 오면 한번쯤은 들러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여행지였다. 아무런 휴일도 없는 회색빛 날씨가 그득한 11월이 문뜩 떠나고자 했을 때 이 도시가 다시 생각이 났다.

독일은 혼자보다는 여럿이 여행을 가야 저렴한 곳이다. 주말에 이용할 수 있는 Schönes Wochenende 티켓은 사람이 많을 수록 티켓값이 저렴해지는데 친구와 단둘이 여행을 가게된 이번에는 이 티켓으로 많은 재미를 볼 수는 없었다.

트리어로 가는 기차가 갑자기 마인츠에서 멈추어 버렸다. 인재로 인해서 구간이 블록되었다고 하는데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여 그리 새롭지도 않다. 트리어로 가는 기차가 거의 한시간 이상 늦춰지게 되어 트리어로 가는 대신에 방향을 자브뤼켄으로 옮겼다. 자브뤼켄에서 몇시간을 보내고 잠은 트리어에서 잔다는 완벽한 계획이었다.

자브뤼켄으로 가는 기차도 거진 30분정도 늦게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도착해서 역 밖으로 나가니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온 도시가 안개로 휩싸였다. 돌아다니기엔 그리 아름답지는 않은 날씨이다. 오래된 다리가 유명하다고 하여 가봤는데 정말 볼게 없었다. 다리를 건너 가보니 여기엔 좀 볼게 있었다.



다시 역근처로 이동을 하면서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다. 인터넷에서 잘 찾아보지 않아서 확실히 이야기할 수는 없겠으나 도시가 깔끔하고 약간 독일과 프랑스가 섞인듯한 느낌을 준다. 짧은 시간이 주어져서 많이 돌아다니지는 못하였으나 당잉치기로 보아도 충분하다고 생각이 든다.
자브뤼켄에서 트리어로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수제맥주와 KFC 치킨을 먹었다. 시간이 애매해서 절충안으로 먹게된 것인데 좀 먹을만 했다.


아주 늦은 시간인 밤 열시에 트리어의 호텔에 도착했다. 이대로 잠을 청하기에는 뭔가가 아쉬워서 맥주 한 잔을 걸치러 밖에 나갔다. 장기간을 기차안에서 보내 그런가 몸이 피로하고 그래서 맥주 한잔에도 몸이 추욱 늘어지는 듯 싶다. 

아침에 일어나 밖을 보니 햇빛이 비친다. 어제의 우중충한 날씨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매우 좋은 날씨이다. 빠르게 준비를 하고 밖에 나갔다. 아침은 괜찮은 브런치를 챙겨먹고 싶었는데 마침 예쁘게 치장이 된 카페가 눈앞에 띄였다. 간단히 아침을 먹기 매우 좋은 장소였다.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고대 로마 온천탕을 들렀다. 입장료가 4유로라고 하는데 밖에서도 유적지 대부분이 다 보이고, 내부는 그리 관심을 끌어주지 않아서 그냥 스킵했다. 가다가 보니 좀 규모가 커보이는 트리어 대성당이 보인다. 독일에서 가장 큰 3대 성당 중에 하나라고 하는데 밖에서만 커보이고 내부는 약간 실망을 주었다. 뭐랄까 좀 횅해보이고 여타의 성당처럼 내부가 화려하지 않아서 그런지 많이 밋밋해 보였다. 그래도 예수의 수의를 싼 천도 보관하고 있는 나름 의미가 큰 장소라고 한다.





불에 탄 porta Nigra는 역으로 돌아가는 여정의 마지막에 마주친 장소이다. 검은 입구라는 뜻인데 이 도시의 상징인 듯 하다. 이 곳 역시 입장료가 4유로라고 하는데 유럽을 많이 돌아다닌 나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이또한 패스.


트리어는 모젤와인이 유명한 장소라고 한다. 그래서 와인 한 잔 안하고 돌아가면 억울할 것 같아 한 잔 챙겨 주었다. 근처 와인 레스토랑에 갔는데 와인 시음 메뉴가 있어서 그걸 선택하였다. 하나를 시키면 각각 0.1리터가 든 세 와인잔을 서빙해 주었다. 대략 7 에서 8유로 정도라서 부담도 되지 않고 좋았다. 와인은 괜찮았는데 같이 시킨 음식은 좀 별로였다. 로만스타일 음식을 시켰는데 무화과 때문에 약간 달았다.



이렇게 짧은 여정을 마치고 다시 버스를 타고 프랑크푸르트로 돌아갔다. 약 4시간동안의 긴 시간을 좁은 버스안에서 버텨야했고, 다시는 버스를 이용하지 않겠노라 잠시 생각하였으나 다음 여행도 다시 버스이다.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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