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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4일 스위스/오스트리아 산장 체험

트레일로 유명한 장소들을 둘러보다가 몽블랑 트레일이라는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위스를  걸친 트레일에 흥미가 생겼다. 원래는 올해 이 트레일을 가려고 하였으나 동일한 루트에 관심있는 친구가 내년에 가자고 하여 올해에는 짧은 트레킹을 가기로 하였다. 3박4일의 스위스,오스트리아 국경을 걸치는 트레일을 가기로 하였고 사람들을 모아 총 5명이 이 트레일에 참가하였다.

요번 여행에서 가장 잘 나온 사진

다들 음식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이라 배낭의 절반은 음식을 채워 왔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스위스로 가는 기차 안에서 부터 먹자판이 벌어졌다. 한 중국친구가 휴대용 핫팟을 가져왔는데 이게 가장 돋보였던 것 같다. 달리는 기차에서 끓여먹는 핫팟은 뭐랄까 정말 색달랐다.

뜨거운 수중기를 내뿜는 휴대용 핫팟

나름 내용물이 부실하지 않고 특유의 매운맛이 괜찮았다.

첫날 산행은 그리 길지 않았으나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가야 하기도 하고, 길도 경사가 너무 급한 편이라서 조금 힘들었다. 약 두시간의 산행 뒤에 아래 그림의 첫 산장이 나타났다. 약 12명을 수용할 수 있는 무인 산장이었는데 다들 깔끔하게 사용하여 그런지 내부도 쾌적하였다.
첫 산장 장소, 그날 밤 비가 엄청 왔다. (Seetalhütte)

산장 앞에서 내사랑 복분자와 사진 한 컷

산장은 갖출 것들은 모두 갖추고 있었다. 물은 식용 가능한 물들이 개수대에서 나왔고, 음식을 할 수 있는 부엌 및 짐들을 놓을 수 있는 장소와 침실 겸 부엌이 나뉘어 있는 구조였다. 침실에는 스토브가 있어서 도끼로 나무를 팬 뒤에 장작을 때워 한여름에도 추운 산장의 내부 온도를 높였다. 물은 참고로 너무 추워서 머리를 감다가 머리 빠개지는 줄 알았다.

침실 옆의 스토브, 이 위에 물이 담긴 냄비를 올려서 계속 물을 끓여 마셨다.  

침실은 많이 비좁은 편이긴 하나 열두명의 공간에 우리 5명만 있어서 좋았다.

근처에 호수도 있어서 잠깐 수영을 하려 하였으나 물이 너무너무너무 차가워서 10초 뒤에 바로 나왔다. 얼음같이 차가운 물에 동태가 될 뻔 하였다. 그리고 드디어 고대하고 고대하던 저녁시간이 왔다. 높은 고지대에서 라면을  끓여먹으니 더더욱 맛나는 것 같다. 친구가 가져온 재료로 야채소세지 스튜를 만들었는데 맛이 약간 그 영국의 마마이트 맛이 나서 다들 안먹었다. 중국식 계란인 피단도 먹어봤는데 맛이 너무 강해서 한조각 먹고 관두었다. 그외에도 살라미, 빵, 야채 등 많은 음식들을 나누어 먹었다.

피단은 잘게 짤라놓은게 다행이었다. 아마 다신 안먹을 듯.

비주얼이 괴랄한 야채소세지 스튜, 독일친구 작품

밤새 엄청난 비가 쏟아졌고, 나는 엄청 잘잤는데 다른 친구들은 많이 뒤척였던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서 서로의 상태를 보니 잘 못잔 티가 많이 난다. 이런 우리의 상태를 회복시킬 수 있는 것은 든든한 아침. 나는 원래 라면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나 짐을 덜 목적으로 아침도 라면을 끓였다. 어제 남은 스튜는 독일 친구가 나름 해결을 하려고 하다가 결국 퍼져 버렸다. 

조촐한 아침상

아침을 먹고 안개가 자욱한 산속의 트레킹을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궂은 날씨에 많이 실망을 하였으나 이내 구름이 많이 개고 푸른 하늘이 나왔다. 둘째날의 하이킹은 약 일곱시간 정도 진행되었는데 알프스 이곳 저곳의 아름다운 경치를 많이 볼 수 있었다. 



계속 걷다보니 둘째날의 숙소가 저 멀리서 보인다. 비가 추적추적 내려서 잽싸게 뛰어갔다. 어제 묵었던 곳과는 다르게 완전 호텔급의 산장이었다. 특히나 재래식 화장실이 아닌 깨끗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는게 너무너무 좋았다.

숙소가 보인다. (Saarbrüker Hütte)

둘째날 저녁은 숙소의 하프보드를 이용하였기 때문에 미리 준비된 음식을 먹었다. 어제부터 공육을 너무 많이 먹는 것 같다.

저녁으로 먹은 시금치와 레버부어스트

둘째날은 다들 너무 피곤하였나 일찍 골아 떨어졌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창을 보니 날씨가 너무 좋다. 오늘은 하이킹한 날중에 가장 좋은 날일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침 해가 산을 붉게 물들였다.

오늘도 든든히 아침을 해결하고 밖으로 향하였다. 오늘의 트레킹은 어제보다 약간 더 힘든 거리이긴 하였지만 이틀동안 부지런히 먹고, 또 먹어서 가방이 매우 가벼워졌다.




가다가 보니 빙하도 보인다. 아이슬란드에서 처음 본 거대한 빙하의 산은 볼때마다 되게 신기해서 마치 정말 외딴 곳에 온 느낌을 준다.

하얀 색으로 보이는게 다 빙하다.

비가 오고 천둥이 내려치는 오후의 고된 하이킹 후에 셋째날의 산장이 보였다. 아,, 드디어 이 긴 셋째날의 끝이 온다고 생각하니 몸이 나른해지고 급 피곤해진다. 그래서 그런지 열심히 산장에서 술을 마시고 푸욱 잘 잤다.

Silvrettahütte, 드디어 마지막 목적지 도착

다음날 아침 산장 테라스에서

마지막 날은 하산만 남았는 줄 았았는데 온 김에 수영도 하고 빙하도 만져보자고 한다. 그래서 2시간이면 끝날 하산을 6시간에 걸쳐서 내려왔다. 여기에서 간 호수는 다행히 전의 호수보다는 덜 차가웠지만 그래도 많이 추웠다.




하산을 하고 나니 또 다른 산장에 가고 싶어 진다. 아, 정말 재미있었는데 이제 다시 돌아가야 한다니, 아쉽기만 하다. 또다른 6시간을 소요하며 집에 돌아가는데 다음날이 출근이라니 기운이 좀 빠지기는 한다. 그래도 곧 다른 휴가가 돌아오니 뭐 참고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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