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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은사와 간장새우

잠시 아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삼성역에 들렀다. 스페인클럽이라는 곳에서 저녁을 같이 먹기로 하였는데 마침 단체손님 때문에 영업을 안한다고 한다. 상대가 그리 엄청 많은 시간은 없어 간단히 커피를 마시고 이런저런 이야길 짧게 한 이후에 헤어졌다. 이왕 온김에 여기저기 둘러보려 하였는데 길을 걷다 봉은사를 마주치게 되었다. 언젠가 봉은사가 템플스테이로 유명하게 되었다는 이야길 들은 적이 있다. 

온김에 한밤 가고 갈까 생각도 해 보았으나 그냥 편한 집에 돌아가 자기로 마음을 먹었다. 어슴어슴 저녁이 다가오는 봉은사의 풍경이 좋았다. 너무 밝지 않은 조명이 적절하다고 할까? 편하게 느껴졌다. 곧 다가올 부처님 오신 날을 대비허여 이곳저곳 단장을 해놓은 듯 싶다. 하늘에 걸린 다채로운 색상의 풍등이 아름답다.

봉은사 입구, 이시간에도 많은 이들이 들어가고 있다.

하늘에 형형색색으로 수놓아진 풍등들

건물주변을 살펴보는데 이 옆부분은 좀 일본풍이지 않나 싶다. 이런 비슷한 형태의 건물은 다른 절에선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어쩌면 내가 주위깊게 보지 못하여 그리 착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절 내부에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 가보니 음악제를 하고 있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분이 우리 옛노래를 부르시는데 많이 들어본 노래가 아니라 별 감흥은 없다만 거기 모이신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는 걸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봉은사 밤공연은 약간 요란스러웠다.

배가 고파 저녁을 먹으려 하는데 근처 맛집을 찾아보니 죄다 간장문어 요리 전문점인 풍어촌을 추천한다. 거기도 멀지 않아서 한 십분여경을 걸어서 도착했다. 혼자 저녁을 먹으려 하니 큰 음식을 시키기는 좀 그랬고 다행히 정식 메뉴가 존재하여 그중에 선택을 하려 하였다. 간장문어, 간장새우, 어떤걸 선택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결국에는 간장새우를 선택하였다. 간장문어 전문점인데 다른걸 선택하는 나의 선택기준은 나도 잘 모르겠다. 

간장 새우 정식 한상

간장새우는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다. 이전에 많이 들어보기는 하였는데 이제야 처음으로 시식을 해본다. 나는 새우가 간장에 절여져서 껍질이 매우 쉽게 분리될 것으로 생각했으나, 기대와는 달리 살과 껍질이 쫙 달아붙어서 절대로 떨어지지가 않는다. 차려진 상에 집게와 가위가 있었는데 이걸로 분리해서 먹나보다. 

간장새우의 자태, 아름답지 아니한가?

집게와 가위로 씨름을 하며 한끼를 해결하였다. 생각외로 맛있었고, 특히 머리부분이 게껍질을 밥에 비벼먹는 듯한 그 특유의 맛을 전해주어 너무나 좋았다. 식사를 마치고 주변을 보니 앞에 떡하고 글귀가 보인다. 그래, 여자말을 잘 들어서 나쁜건 없으리라 동감한다. 

이걸 보고 주인 아주머니를 보니 가게 분위기가 색다르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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